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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01Diagnosis7분

공장형 포트폴리오는 어디서 표가 나는가

비슷한 양식, 비슷한 기획서, 비슷한 과제물. 채용자 입장에서 어떤 차이가 보이지 않는지 정리합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알던 친구가 다른 게임회사에서 채용 1차 서류를 봅니다. 시즌이 되면 걔 모니터엔 포트폴리오 PDF가 서른 개씩 열려 있대요. 한번은 물어봤습니다. "그거 다 정독해?"

"처음 몇 개는. 그다음부터는 그냥… 어디서 본 것 같아."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표지를 열면 게임 소개, 다음 장에 시스템 다이어그램, 그다음 기획 의도, 부록처럼 붙은 화면 목업. 열 번째쯤 되면 다음 장에 뭐가 나올지 손이 먼저 압니다. 내용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읽는 리듬이 전부 똑같아서요.

그 친구가 마우스 휠을 멈추는 순간은 분량이 많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어, 이건 좀 다르게 읽히네" 싶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까지 보통 5분이 안 걸린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말한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작품의 장르나 컨셉이 비슷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포트폴리오를 읽는 경험 자체가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표지를 열면 게임 소개, 다음 장에 시스템 다이어그램, 그다음에 기획 의도, 그리고 부록처럼 붙은 화면 목업. 양식이 비슷하니 읽는 리듬도 비슷하고, 결국 "이 사람이 어떤 기획자인지"를 5분 안에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채용자는 무엇을 보고 "공장형"이라고 느끼는가

공장형 포트폴리오라는 말은 비난이 아닙니다. 학원과 학교, 인터넷 강의에서 권장되는 "안전한 형식"을 충실히 따른 결과물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그 안전한 형식이 너무 많은 사람의 기본값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채용자가 공장형이라고 느끼는 신호는 대체로 이런 것들입니다.

  • 기획서의 양은 많지만 "왜 이 설계인가"가 안 보인다. 시스템 설명은 있는데, 그 시스템이 왜 이 플레이 경험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지 연결이 약합니다.
  • 분석 문서가 감상문에 가깝다. 좋아하는 게임의 매력을 정리한 글은 많지만, 그 게임이 어떤 설계 의도로 만들어졌는지를 해체한 글은 드뭅니다.
  • 결과물이 문서로만 남아 있다. 작동하는 형태로 옮긴 흔적이 적습니다. 채용자 입장에서는 "이 아이디어가 실제로 굴러갈지"를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양식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방향성 문제

공장형의 본질은 양식이 아니라 사고의 출발점입니다. "기획서를 쓴다 → 시스템을 정의한다 → 화면을 그린다"는 순서로 작업하면, 어느 단계에서도 "플레이어가 이 공간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라는 질문이 중심에 오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이 레벨에서 어떤 동선과 시야가 어떤 긴장감을 만드는가 → 그 긴장감을 만들려면 어떤 기믹이 필요한가 → 그 기믹을 어떤 시스템으로 받쳐야 하는가"라는 순서로 작업하면, 같은 분량의 결과물이라도 읽는 사람이 받는 인상이 달라집니다.

차별화는 "플레이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에서 만들어진다

채용자가 5분 안에 찾는 것은 "기획서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플레이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양식을 바꾸기 전에 사고의 출발점을 바꿔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출발점이 정리되면 같은 분량의 포트폴리오도 다르게 읽힙니다. 같은 시스템 설명도 "이 설계가 어떤 플레이 리듬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는가"의 맥락 위에 놓이고, 같은 분석 문서도 "이 게임의 설계 의도를 어떻게 해체했는가"의 결과물로 읽힙니다.

공장형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양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작업물 안에서 "플레이 경험 설계"의 흔적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다시 정하는 것입니다. 그 흔적이 5분 안에 읽히면, 같은 시장에 있어도 다르게 읽힙니다.

Next 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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